기본세율은 최고 50%인데, 관세율표에는 887.4%가 있다
이영광 · 2026-09-05 발행 · 2026-09-05 수정
기본세율이 가장 높은 품목을 세어봤을 때 최고는 50%였다. 그런데 관세율표의 협정세율 열까지 훑으면 그보다 훨씬 큰 숫자가 나온다. 887.4%. 기본세율 열이 아니라 협정세율 열에 있었다.
가장 큰 숫자는 카사바에 붙어 있다
관세율표 전체에서 가장 큰 세율은 887.4%이고, 카사바 5개 품목에 붙어 있다. 기본세율은 20%인데, 농림축산물양허관세(미추천) 행에 887.4%가 적혀 있다. 같은 숫자가 이스라엘·캄보디아·필리핀·터키·베트남 FTA 열에도 그대로 들어 있다.
이런 품목이 몇 개나 되는지 세어봤다. 협정세율 중 하나라도 100%를 넘는 품목이 177개다. 300% 이상이 116개, 500% 이상이 68개다. 기본세율 최고가 50%인 표에서, 그 열 배가 넘는 숫자가 68개 품목에 붙어 있는 셈이다.
| HS코드 | 품목 | 기본 | 추천 | 미추천 |
|---|---|---|---|---|
0714101000 | 카사바(신선한 것) | 20% | 20% | 887.4% |
1008900000 | 메밀 | 3% | 3% | 800.3% |
1007100000 | 수수(종자) | 3% | 3% | 779.4% |
1211201311 | 인삼근(본삼) | 20% | 20% | 754.3% |
1207400000 | 참깨 | 40% | 40% | 630% |
0810903000 | 대추(신선한 것) | 50% | 50% | 611.5% |
0713319000 | 녹두 | 30% | 30% | 607.5% |
0802920000 | 잣(껍데기를 벗긴 것) | 30% | 30% | 566.8% |
0902100000 | 녹차 | 40% | 40% | 513.6% |
1006301000 | 쌀(정미) | 5% | 5% | 513% |
1003901000 | 보리 | 30% | 30% | 513% |
1201909000 | 대두 | 3% | 5% | 487% |
“추천”은 W1 농림축산물양허관세(추천), “미추천”은 W2 농림축산물양허관세(미추천) 구분의 세율이다.
177개 전부 같은 구분이다
100%를 넘는 177개 품목은 예외 없이 W2 농림축산물양허관세(미추천) 행을 갖고 있다. 이 구분이 붙은 품목은 모두 278개이고, 그중 257개에서 기본세율보다 높다. 대부분은 W1 농림축산물양허관세(추천) 행과 짝을 이루는데(234개), 그중 177개는 추천 세율이 기본세율과 똑같다.
구분 이름이 구조를 말해준다. 추천을 받은 물량에는 낮은 세율, 그 밖의 물량에는 높은 세율을 매긴다. 쌀이 5%와 513%로 갈리고, 참깨가 40%와 630%로 갈리는 것이 이 짝이다. 기본세율 50%가 최고라는 말은 기본세율 열 안에서만 맞다.
어디에 몰려 있는지 류별로 세면 이렇다.
| 류 | 이름 | 품목 수 |
|---|---|---|
제11류 | 제분공업 생산품·전분 | 34 |
제12류 | 채유용 종자·각종 종자 | 31 |
제7류 | 식용 채소·뿌리 | 30 |
제10류 | 곡물 | 26 |
제9류 | 커피·차·향신료 | 12 |
제8류 | 식용 과실·견과류 | 12 |
제35류 | 단백질계 물질·변성전분 | 10 |
제4류 | 낙농품·새의 알·천연꿀 | 7 |
곡물과 그 가공품(제10류·제11류), 종자(제12류), 채소·뿌리(제7류)가 121개로 전체의 68%다. 나머지도 농산물이거나 농산물 가공품이다. 제35류의 변성전분·글루, 제22류의 에틸알코올처럼 공업 원료로 보이는 것도 전분과 곡물에서 나온 것이라 여기에 들어간다.
쌀은 여기서 한 번 더 올라간다
쌀 정미의 표를 보면 513% 위에 684%가 하나 더 있다. T1 특별긴급관세(물량기준)다. 이름대로 수입량이 기준을 넘을 때 적용하는 세율로, 이 구분은 쌀과 쌀이 들어간 가공품 16개 품목에만 있고 전부 684%다.
T2 특별긴급관세(가격기준)는 40개 품목에 있다. 인삼과 인삼 가공품 24개, 쌀과 쌀 가공품 16개로 그게 전부이고, 세율은 222.8%에서 754.3% 사이다. 인삼근은 양허관세 미추천 754.3%와 가격기준 특별긴급관세 754.3%가 같은 숫자로 나란히 적혀 있다.
FTA 열에도 같은 숫자가 들어 있다
카사바의 887.4%가 FTA 열에도 있다고 했다. 이것이 카사바만의 일은 아니다. 양허관세 미추천 행이 있는 278개 품목 중 266개에서, 어느 한 FTA 열에 미추천 세율과 똑같은 숫자가 들어 있다. 행으로 세면 1,761건이다.
협정세율이 양허관세 미추천 세율과 같다는 것은, 그 협정에서 이 품목의 세율을 낮추지 않았다는 뜻이다. 참깨를 협정별 첫 번째 열 기준으로 보면 호주·캐나다·중국· 콜롬비아·이스라엘·뉴질랜드·터키가 630%, 아세안·베트남·캄보디아·필리핀이 504%, EU·영국이 132.6%, 페루·미국이 0%다. 같은 품목이라도 어느 협정을 타느냐에 따라 0%와 630%가 갈린다.
협정세율이 기본세율보다 높은 일은 흔하다
협정세율은 기본세율보다 낮은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. 표를 세어보면 그렇지 않다. 협정세율 중 하나라도 기본세율보다 높은 품목이 5,827개로 전체의 절반이 넘는다.
대부분은 C WTO협정세율이다. 이 구분이 있는 9,943개 품목 중 기본세율보다 높은 것이 5,393개, 같은 것이 1,372개, 낮은 것이 3,178개다. 가장 흔한 차이는 5%p로 2,594개 품목이 그렇다. WTO협정세율은 그 이상으로는 올리지 않겠다고 약속한 상한에 가까워서, 실제로 적용하는 기본세율이 그보다 낮은 경우가 많다.
WTO협정세율을 빼고 세면 기본세율보다 높은 협정세율을 가진 품목은 586개로 줄고, 그 대부분이 위에서 본 양허관세 미추천 품목과 그 FTA 열이다. 즉 세 자릿수 세율은 농산물 양허관세 하나에서 나온다.
실무에서 뜻하는 것
- 상세 페이지의 최저 협정세율만 보고 판단하지 않는다. 카사바의 최저 협정세율은 0%지만 미추천 세율은 887.4%다. 표를 끝까지 내려 양허관세와 특별긴급관세 행을 확인해야 한다.
- 양허관세 품목은 추천 여부가 세율을 결정한다. 참깨 과세가격이 1,000만 원이면 추천을 받으면 관세 400만 원, 못 받으면 6,300만 원이다. 물건값보다 관세가 여섯 배 넘게 크다.
- FTA 상대국이라고 세율이 낮은 것은 아니다. 협정세율이 양허관세 미추천 세율과 같은 숫자면, 그 협정에서는 이 품목의 세율을 낮추지 않은 것이다.
- 할당관세와 마찬가지로 양허관세도 물량이 걸린 세율이다. 다만 할당관세는 기본세율을 깎아주는 쪽이고, 양허관세 미추천은 기본세율 위에 올려 세우는 쪽이다. 방향이 반대다.
확인 방법
각 품목 페이지의 협정별 세율 표에 W1·W2·T1·T2 구분이 그대로 나온다. 관세 계산기에서 미추천 세율을 골라 넣으면 세액 차이가 바로 보인다. 이 글의 숫자는 관세청 관세율표 원본을 그대로 집계한 것이라, 원본에서 세율이 100 이상인 행을 세면 그대로 재현된다.